이제 고작 다섯살인 저희 아이는 얼마전 아주 대대적인 치과 충치 치료를 받고 왔습니다. 인생 첫 좌절과 아픔이었을 거에요. 바로 직전 영유아 구강 검사 때는 아직 괜찮다고 해서 단걸 많이 먹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안심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유아 구강 검사차 3개월만에 방문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 어금니가 총 8개인데 8개가 모두 썩었답니다. 그래서 급하게 치료 날짜를 잡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레진으로 덮을지 크라운으로 할지는 치료를 해봐야 안다고 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워낙에 겁이 많고 예민해서 영유아 검진 때도 침대에 절대 눕지도 못하고 울고불고 하던 아이라, 전 큰 고민 없이 수면마취를 결정했습니다. 아이에게 치과의 트라우마를 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수면마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상황에 따라 웃음가스도 투입하며 진행한다고 합니다.
길었던 아이 치과 충치치료에 대해 후기, 치료비용, 실비청구와 함께 직접 겪어본 경험상 미리 알고 가시면 좋은 사항을 나눠 보겠습니다.
◆수면마취 시작
수면마취를 진행하려면 충치치료 전날 밤부터 금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전부터는 물도 안됩니다.
충치 치료 하러 도착하면 먼저 수면마취약을 줍니다. 수면마취약은 일반 아이 감기약 물약 같은 형태에요. 그런데 감기약보다는 단맛이 없고 맛이 없어서 뱉어내는 아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다행히 약은 꾸역꾸역 잘 먹었고 안정실에 함께 들어가서 잠들길 기다립니다. 약먹은지 30분정도쯤 되니 아이가 말투가 느려지고 몸에 힘이 없어집니다. 근데 저희아이 정신력이 너무 강한 건지 고집이 쌘건지요. 잠이 들지 않고 그저 헤롱헤롱 거린채로 집에 가겠다고 떼쓰기 시작합니다.
깨있는채로 치료실에 들어갈까봐 너무 조마조마 합니다. 아무리 토닥토닥 해봐도 결국 잠들지 못하고 축 늘어진채로 치료실에 눕습니다. 선생님께서 웃음가스를 투입하면 릴랙스 되면서 잠이 들거니깐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웃음가스 투입 후 살짝 잠이 들자 이제 보호자는 나가셔야 한다고 해서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치료시작
치료가 시작되면 보호자는 치료실에서 나가야 합니다. 대기실에서 불안해하며 1시간 30분 넘게 기다렸습니다. 8개나 치료해야 하니 오래 걸렸습니다. 저희 아이는 치아가 다닥다닥 너무 붙어있어서 잘 썩을 수 밖에 없는 치아라고 합니다. 나름 하루도 빠짐없이 양치를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나 봅니다. 어른들이 하는 수면마취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위험하지 않은 수면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잠들게는 하지 않습니다. 약간 반수면 상태? 인 정도로 재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재차 안심시켜 주셨어요. 오히려 너무 푹잠든 것 같으면 중간중간 깨운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아이는 중간에 자꾸 깨서 웃음가스를 몇 번 투입시키고 안정시켜가면서 치료해 주신다고 했어요.
전 치료 전에 일부러 겁나서 수면마취, 웃음가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았어요. 과장되게 안좋은 이야기를 접할까봐서요. 그냥 의사 선생님 말만 믿었습니다.
◆치료 끝
치료가 끝나고 보호자를 불러서 얼른 급한 마음으로 치료실에 가봤더니 아이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흐느끼고 있고 몸은 축쳐져있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진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눈물을 꾹 참고 아이를 꼭 껴안고 이제 괜찮다고 안고 안심시켜 주었어요. 눈도 못뜬채로 훌쩍거리며 우는데 아직도 그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아직 아이라 아무래도 입이 작아서 개구기를 낀것이 조금 무리가 가해졌는데 입술이 부르트고 부어있었습니다.
◆치료 후 집
수면마취 영향이 치료가 끝났다고 바로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이가 계속 몸이 쳐져있고 잘 못걷습니다. 저는 이정도일 줄은 예상 못하고 오후에 있는 문화센터에 가려고 생각했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네요.
집에 와서도 많이 놀래고 힘들었던 우리 아이는 너무 서럽게 울다 자다 울다 자다를 반복 했습니다. 치료 끝나고 집에 온시간이 오후 1시 정도 였는데요. 5시 까지는 쭈욱 자더라고요. 그리고 일어나서도 아픈지 계속 짜증내고 울었습니다. 저녁으로 넘기기 쉬운 누룽지를 끓여 줬고 그 쯤엔 정신이 차려지는지 보상으로 장난감을 사달래서 마트에 가서 원하는 것을 사줬습니다. 주말 내내 가끔 아픈게 올라오는지 짜증을 엄청 냈지만 그래도 이 때만큼은 비위를 맞춰 드렸답니다.
그리고 은니 때문에 혹시나 다른 친구들과 다른 것에 대해 신경 써할까봐 계속 예쁘다고 칭찬해줬어요. 반짝 반짝 새친구 덕분에 너무 더 이쁘다~ 이렇게요. 지금은 이물감도 없어졌는지 아주 잘 지낸 답니다.
◆치료비 내역
이번에 아이 치과치료 만큼 돈이 한번에 깨졌던 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저희의 경우 아이는 일반 태아보험과 실손보험이 있습니다. 치아보험은 없었고 이미 가입된 보험은 치아관련 담보도 없었어요. 저희 아이가 이렇게 이가 잘썩는 아이일 것을 미리 알았다면 치아 관련 담보는 꼭 추가 했을텐데 참 아쉬웠어요.
치료끝나고 간호사 선생님이 치료 내역을 쫙 말씀해주시는데 아이를 달래느라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그 때 받은 진료비영수증을 실비청구하고 다 버려서 자세히 알려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그래도 기억을 추스려보자면 치료내역은 아래와 같아요.
-레진(하얀색으로 씌우는거): 3개 (개당 9만원 정도)
-크라운(은니): 5개 (개당 11~13만원 사이)
-신경치료: 갯수기억안남
-염증치료: 갯수기억안남
-불소: 총 치료비 일정금액 넘어서 서비스로 해주심
-수면마취: 1회 (6만원대였던 것 같음)
-웃음가스: 3~4회 투입
정말 어마어마한 치료과정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평일 오전 5% 할인 받아서 총 90만원이 넘게 나왔답니다.
◆실손보험청구
그리고 혹시 몰라 아이 보험에 치아담보는 없지만 모바일 어플로 그냥 보험청구를 해보았어요.
당연히 받을게 없겠지 생각했는데 무려 13만원 넘게 보험금이 입금된 거에요. 그래서 보험금입금 안내문을 찾아보니 급여항목에서 보험금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급여 항목에서는 담보가 없어서 받을게 없었고 급여 항목에서 약관내용상 10프로 공제금액을 제외하고 입금 되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치아보험 없다고 그냥 넘기지 마시고 꼭 실손보험 청구하셔서 조금이라도 보상 받으세요.
◆미리 알아두세요
수면마취 충치 치료를 앞두신 분들 병원에서 자세히 알려주겠지만 그래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만한 몇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 전날 저녁9시 이후부터 금식
- 치료 당일은 물도 안됨
- 옷은 헐렁하고 편안한 옷(시원한 게 좋아요). 신발도 신고 벗기기 쉬운 것
- 기저귀 착용(치료시 아이가 실수 할 수도 있다고 해요)
- 가급적 자차로 이동(아이가 치료가 끝나도 잘 못걸어요)
- 유모차 준비(아이가 아직 완전히 수면마취에서 깬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약국, 주차장 까지 이동시 유모차가 있으면 훨씬 편합니다)
- 당일은 아무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서 쉬기
- 저녁은 아파서 잘 못먹으니 죽이나 스프 같은 것을 준비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는 수면마취나 웃음가스가 걱정 되서 찾아보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저도 처음에 너무 걱정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론 아이를 억지로 잡고 치료를 하는 것보다 수면마취로 결정한 걸 잘한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는 치료할 게 너무 많기도 해서 어쩔 수 없기도 했고 겁이 너무 많은 아이라 침대에 혼자 누워있지도 못하여서 발버둥 치는 아이를 억지로 묶어두고 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수면마취 이후에 치료 과정은 아이가 반수면 상태라 기억을 잘 못해서 트라우마로 남을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고나니 깊게 잠드는 게 아니기도 해서 위험한 과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혹시 저희 아이처럼 겁이 많아서 진행이 힘든 경우는 수면마취 고려해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우리 아이 치아 우식증? 연령별 치아 관리 방법과 불소치약에 대해
'임신,출산,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엄마아빠택시 아직도 모르시나요? 택시비 10만원 지원받고 이용하기 (0) | 2024.06.03 |
---|---|
고위험 임산부 지원사업, 고위험산모 기준은? 지원금 및 신청방법 알아보기 (0) | 2024.05.31 |
난임부부시술비지원 지원금액, 신청방법, 서류 모두정리(24년 변경사항 포함) (0) | 2024.05.29 |
난임치료휴가 일수 확대 방안 및 주요내용, 신청절차 알아보아요 (0) | 2024.05.28 |
24년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어떻게 변경 되었을까? 내 임금은? (0) | 2024.05.27 |